원 달러환율이 지난해 40% 가까이 오른데 이어 올들어서도 17%나 상승했다. 어!어! 하는 사이에 원달러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넘고 1500원선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달러당 1550선에서 다소 가라앉은 모습이지만 마치 눌러 놓은 용수철처럼 원 달러환율이 언제 치솟을지 여전히 불안하다.
정부는 원 달러 환율 급등에 대해 환투기꾼의 기승,외신들의 한국때리기 등 외부요인 탓으로 돌리며 국내 외환수급구조상 문제가 없음을 여러차례 알렸지만 시장에서 약발이 별로 안먹히는 분위기다. 최근 원달러환율의 급등은 헝가리 폴란드 등 동구권의 외환위기와 맞물려 다시 일어났다.외부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 천수답 외환시장의 특수성이 다시한번 발현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영국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자료가 최근 원화급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이코노미스트는 개도국들의 외환시장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지표들을 제시했다.첫째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둘째가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부채 비율,셋째가 은행의 예대비율 등이다. 이 지표들을 종합한 위기지수에서 한국은 폴란드와 같은 수준인 14점에 이르고 있다. 개도국 17개국 가운데 가장 안전한 국가는 중국으로 1위이며 가장 위험한 국가는 남아프리카로 나타났다. 한국은 안전도순위에서 17개국 가운데 남아프리카 헝가리(16)에 이어 폴란드와 함께 14위다.
HSBC가 만든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 지표들 중 우선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보면 한국은 1.3으로 안전권에 속한다.1을 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5.2), 말레이시아(11.3),대만(7.9),인도네시아(1.2), 러시아(1.5) 등 6개국이다. 세계 금융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돈이 마른 상황에서 경상수지적자를 메꿀 길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 지표는 위기의 근본지표가 된다.더구나 세계경제가 후퇴중이어서 흑자로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여하튼 한국은 첫째지표까지 보면 안정권에 속한다.
그럼 외환보유고중 단기부채비율을 보자. 이 지표에선 한국이 최고치인 102%이다.적어도 이 지표만 보면 가장 위험하다는 신호다. 이 지표가 100%가 넘는 다는 것은 1년내에 부채가 외환보유고를 넘어선다는 위험경보를 의미한다.HSBC는 한국의 경우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올릴 것으로 보여 이 지표가 금년중 100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 보고 있어 극한 위험국가에서는 제외하고 있다.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태국은 130%였다. 역시 중국은 7로 가장 안전지대다.한국 다음으로 이 지표가 높은 국가는 인도네시아(88), 남아프리카(81), 헝가리(79), 터키(70) 순이다. 소규모 국가인 발틱의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는 250%를 넘고 있다.
세번째 은행 예대비율의 경우 한국이 가장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예금액 중 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1이 넘을 경우 은행이 유동성에 삼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러시아가 1.51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어 브라질 1.36 한국은 헝가리와 함께 1.30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 지표에서도 중국이 0.68로 가장 안전성을 보였다.이 지표가 1이 넘는 은행들의 경우 차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만약 국내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했을 경우 글로벌자금경색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의 이번 분석결과를 보면 신기하게도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안전하게 국가경영을 해왔다는 사실이다.종합위험도 순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로는 중국에 이어,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
1위에서 6위까지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했다.한국은 이들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단기 부채비율이 높고 가장 은행의 예대비율이 높은 위험스런 국가로 분류됐다.하지만 지난 97년 외환위기때보다는 안전하다는 평가다. 올해도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는데다 외환보유고면에서 97년 외환위기때 보다는 더 안정적이다.그러나 단기부채의 취약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위기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동구의 금융위기는 한국이 올해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 1940억달러의 연장에 한층 더 애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다만 미국 일본 중국과 맺은 통화스왑과 올해 경상수지가 흑자를 낼 것이란 일말의 희망감이 한국에 있다는 점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해외의 이런 평가가 너무 위기를 과장시키고 있다며 억울해 한다.일단 올해 돌아오는 단기채무 1940억달러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이 내용이 문제다. 이 안에는 조선사 선수금 처럼 갚을 필요 없는 채무가 390억달러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그리고 이 단기외채 가운데는 국내 은행들의 채무와는 상관없는 외국계 은행지점들의 채무 723억달러가 부풀려져 있다고 정부 당국자는 지적한다. 정부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한국이 갚아야 할 순수한 단기채무는 827억달러로 줄어든다.더구나 외채 만기연장률이 90%를 넘어 한국의 외환사정은 걱정 없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월6일 월스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전달하며 외환위기를 조장하는 외신의 비판적 기사에 대해 반박했다.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 3월9일 서울외환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벌써부터 기다려 진다.
한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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