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8&no=287154
최악의 금융 위기는 지났을 지 몰라도 미국 경제의 위기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이 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금융 시장은 역사적으로 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맞기 훨씬 전에 바닥을 찍는다. 금융시장이 실물 경제에 선행하는 성격을 갖고 있고 경제 위기를 불러오는 잠재된 불균형이 조정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는 "금융위기는 통상 광범위한 경제 문제에 대한 표현"이라며 "금융위기가 경기둔화를 악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촉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1987년 미국 증시 폭락과 1998년 롱텀캐피탈 사태는 금융시장의 심장부를 강타했으나 잠재된 불균형은 금융시장에만 제한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겪는 위기는 다르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주택가격은 과도하게 상승했고 주택을 담보로 가계는 수십조달러의 부채를 짊어지게 됐다. 따라서 주택가격이 상승을 중단했을 때 주택대출이 디폴트(채무불이행)상태에 빠지고 이에 따라 위기가 촉발된다는 것. 신문은 현재 미국의 상황을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한국에 비교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 재벌 등 대기업이 과도한 투자에 나서면서 은행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을 차입했고 이에 따라 은행은 외국은행으로부터 달러자금을 빌려왔다. 그러나 1997년 초 재벌의 경쟁력 약화로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대출상환이 어려워졌다.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 IMF(국제통화기금)와 미국 재무부의 협조로 외국은행에서 빌린 대출을 연장하면서 원화 가치가 회복되긴 했으나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었다. 당시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한국경제 원조를 위해 일했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테드 트루먼은 "기업의 과도한 투자와 차입이 위기를 가속화했던 당시 한국의 상황이 현재 주택경기 확장으로 인해 위기를 겪는 미국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주택부문의 위기가 조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금융시스템으로 피드백돼 전체 경제에 타격을 줄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FRB가 지난주 금리를 인하한 것은 미국 경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okko@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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